영국 탈출기/ 코로나 자가격리 2주간의 기록
영국 탈출기+ 코로나 자가격리 (3/24~4/6) 2주 간의 기록
“우리 뉴스에 나오지 말고 무사히 한국에서 만나”
1월 영국에 갈 때까지만 해도 한국에 7월에 갈지 21년 1월에 갈지 고민하고 있던 내가
두 달만에 한국에 돌아갈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기억 상 2월 초에 한국에 코로나가 터지고 정말 남에 일인 줄 알았다. 설마 영국까지 쉽게 오겠어? 네 그게 왔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을 걱정했던 내가, 내 생존을 걱정하기 시작한 3월 초 무렵 영국의 확진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100명,200명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교환학생 온 사람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 둘씩 한국행 비행기를 구매했고, 한국으로 들어가기 일주일 전 두바이를 경유하는 비행기표를 샀다.
황급히 표를 산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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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선 아무도 마스크를 안 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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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2-300명씩 늘어가는 확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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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할 영국 의료시스템
놀랍게도(지금은 모르겠지만) 내가 있던 지역에서 동양인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 더 웃긴건 그들은 마스크는 안꼈지만, 마트에 통조림코너와 휴지코너가 텅 비었다는 점이다. 아니 그런 걸 사가면 뭐하냐고요
그 광경을 보고 있는 데 너무 웃겼는데 웃다가 생각해 보니 웃을 일이 아니였다.
그렇게 친구들과 서로 뉴스에 코로나 걸려서 뉴스에 나오지 말자는 진심 반, 우스갯소리 반을 하고 헤어졌다.
도망치듯, 기차를 타고 도착한 맨체스터 공항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았다.
최대한 공항에서 아무것도 안만지려고 노력하고 사람들과의 접촉도 최대한 피했다.
그리고 도착한 경유지 두바이 공항. 두바이 공항에 도착하고 2시간이 남아 앉아있었는 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일단 배는 고프니까 배만 축이고 1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탔는 데 98프로가 한국인 (생각해보니 당연하네)
비행기에 타자마자 건강상태 질문서와 특별검역 신고서를 준다. 이걸 비행기 안에서 체크하고 내리자마자 저걸 들고 열을 체크한 다음 유증상자/무증상자로 나눈다. 난 한국에 오기 일주일 전 잠깐 목이 아파서 유증상자로 빠졌다. 하늘색 목걸이를 주고 대기 한 뒤 이름이 불리면 증상을 다시 한 번 체크해서 공항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되는 지를 판단한다. 나는 당시에는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자가격리 중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는 걸로 판정났다.
내가 한국에 들어올 당시만해도 해외 입국자에 대한 소식이 매일 바뀌면서,
분명 비행기 타기 전에는 격리 시설로 보내지겠지 했는데 도착해보니 집에 가래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유증상자로 빠지고 대기할 때도 뭔가 정리가 안된 느낌이었지만 아무렴어때 한국에 도착한 것 만으로도 좋았다.
나를 보호해 줄 나라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든든했다.
텅 빈 인천 공항을 3시간 만에 통과하고 나서, 부모님 차량으로 무사히 집에 왔다. 그리고 당연히 격리되었다. 난 저녁에 도착해서 다음 날 아침 전담 공무원으로 부터 연락이 와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마스크 25장?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귤, 햇반, 열 재는 기구 등을 받았다.
하루에 두 번 오전 10시, 오후 3시 열을 재서 앱에 올리고 하루에 한 번 전담 공무원으로 부터 확인 전화가 온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내가 있는 방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 1도 없었다. 나로 인해 피해받을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아도, 무증상감염자가 될 위험이 있는 사람이니까 괜찮았다. 근데 문제는 8-9일째 슬슬 갑갑하기 시작했다. 방에 일주일 이상 갇혀있으니까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근데 난 잠재적 보균자일 수 있기때문에 덕질로 마음에 안정을 취하곤 했다.
그리고 10-13일도 고비였다. 솔직히 말해서 음성 판정을 받고 난 뒤 부터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근데 그러면 안되니까,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 걸 아니까 그냥 생각에서 멈췄다.
그리고 난 그렇게 반항할 깡이 없다.
무사히 14일이 지나고 마스크를 끼고 밖에 나왔을 때 행복했다. 그냥 행복했다.
이 상황을 겪고 나서 지금 드는 생각은 이 상황 속에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가 알고있다. 마스크끼고 일정거리 유지하기/ 사람 많은 곳 가지 않기
본인의 자유를 위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그것만큼 이기적인건 없다. 현재 이태원 클럽 확진자로 인해 다시 2차 팬데믹 상황의 조짐이 보이는데, 모든 이들을 위해 조금만 참아줬으면 좋겠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을 다시 당연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